명상, 플랭크, 침대 정리, 물 마시기, 저널 쓰기, 책보기
명상
명상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수년 전에 나타났던 몇몇 이상 증세 때문이었다. 쉽게 잠이 들지 못하거나, 눈을 뜨자마자 정체 모를 무서운 느낌에 휩싸인다거나, 지금 같으면 하지 않을 법한 걱정을 하기도 하고,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따라와 항상 지치거나 처진 기분으로 생활이 엉망이 된 적이 있는데 그때 명상을 하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서 한동안 자주 하기도 했었고, 이후에 증세가 사라지고 나서도 꾸준히는 아니지만 가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 기분전환 겸 하곤 했었다. 본격적으로 명상을 매일같이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로 인해서였다. 2022년 새해 목표 중 하나인 ‘운동량 늘리기’를 위해 산책을 시작하면서 아이폰의 건강 앱을 자주 확인하게 됐는데 명상 앱 추천 리스트에서 Balance라는 명상 앱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설치를 했는데 가입을 하고 보니 대부분의 명상 가이드가 결제를 해야 들을 수 있게 되어있는 앱이었다. 바로 삭제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화면에 무슨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길래 무슨 내용인가 탭 해서 보니‘팬데믹으로인해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1년간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이벤트 진행중’이라고하지뭔가! 바로 구독을 해버렸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의 유료 기능을 무료로 구독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자주 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이렇게 별 희한한 우연으로 만나게 된 애플리케이션 덕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Balance라는 명상 애플리케이션의 Wake Up 명상을 3-5분간 한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Wake Up 명상이 끝나고 다른 명상을 더 하기도 한다. Wake Up 명상의 가이드에는 침대에 누워있다가 앉기, 그리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도 포함되어 있어서 명상이 끝나면 바로 침대에서 나오기 편하다. 명상의 마지막은 항상 짧은 질문으로 끝나는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며 천천히 일어나서 침대 밖으로 나온다. 생각보다 명상의 효과는 대단했다. 명상하기 전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즐겁다. Wake Up 명상 외에도 여러 다양한 목적을 위한 명상들도 많은데 집중력을 높히기 위한 명상,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명상, 숙면에 도움이 되는 명상 불안감을 감소시켜주는 명상 등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명상을 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플랭크
침대 밖은 위험하지만, 명상의 기운을 받아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플랭크이다. 처음부터 플랭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원래는 산책하지 못하는 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생각나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한참 운동을 많이 할 때는 자주 했던 동작이기도 해서 자신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것 치고 플랭크를 막상 다시 해보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첫날 플랭크 1분 하고 났더니 온 몸이 새빨개지고, 부들부들 떨리고, 배도 당기고, 허리도 묵직하게 아프고, 온몸이 괴로움을 호소했었다. 그래도 몹쓸 자존심 때문에 시간을 줄이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무조건 1분은 하겠다는 의지로 매일 1분씩 했다. 하지만 닷새 정도 지나고 나니 점점 편안해져서 그다음부터 매일 1초씩, 3초씩 조금조금 늘리다보니 요즘엔 1분 30초씩 하게 되었다. 그런데 1분 30초 하면 힘들어서 얼굴이 터질 것 같다. 결국, 맨날 빨갛게 터지고 있다. 그래도 확실히 코어에 힘이 붙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는게, 앉아 있을 때 자세가 바르게 변했다. 플랭크를 하기 전의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를 떠올리면 마치 랩에 싸서 냉동시켰다가 전자레인지에 2분이상 돌려버린 떡처럼 의자에 눌어붙듯이 널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플랭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요즘에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제대로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침대 정리
침대 정리는 정말 별거 아닌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침마다 숨 쉬듯 당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일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헝클어지는데 이걸 뭐하러’하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서 제대로 침대 위를 정돈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2021년 12월 말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에 온라인으로 이불을 정리하는 습관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 요점은 별거 아닌 일 같아 보여도 중요하고, 왜 중요한지에 대한 영상이었던 것 같다. 희한하게 거기에 몰입해버려서 영상을 보다가 말고 바로 침대로 돌아가 정돈을 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다. 이걸 왜 하라고 하는 거지, 이게 대체 왜 중요하다는 거야, 당최 모르겠네 등의 생각을 하며 꼬물꼬물 정리했다. 하지만 침대 정리를 끝내고 어딘가 어설프지만 그래도 정리 전에 비해 깔끔해진 침대 위를 보자 좀 전에 본 영상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 효능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느낌에 중독돼서 매일 아침 침대 정리를 하게 되었다.
우선 일어나면 침대에 있는 베개와 이불을 전부 치우고 침대 위에 물과, 알코올, 패츌리 오일을 섞어 만든 수제 방향제(이하 알코올)를 분무기로 뿌린다. 그리고 마구 털고 두들겨서 팡팡해진 베개를 침대 위에 올리고 베개에도 알코올을 뿌린다. 그다음은 이불 정리를 한다. 나는 이불 두 장을 덮는데 먼저 덮는 얇은 이불을 먼저 가지런히 펴서 올린 뒤 알코올을 뿌리고 양옆과 밑쪽의 가장자리를 침대 밑으로 타이트하게 끼워 넣는다. 이 과정은 솔직히 성가시긴 해도 침대 위를 더 깨끗해 보이게 해주며, 밤사이에 뒤척임으로 인해 이불이 침대 밖으로 탈주하는 현상을 방지해 준다. ―밤에 침대에 누울 때는 조금 힘들지만, 완전히 누웠을 때 이불이 나를 침대로 쫀쫀하게 붙여주는 느낌이 환상적이다― 그리고서 베개를 덮고 올라온 이불의 윗면을 베개가 보일 정도로만 밖으로 접어 내린다. 그다음으로는 나의 숙면을 돕는 무거운 거위 털 이불을 침대 위에 반듯하게 펴서 올린다. 그 위에도 알코올을 뿌리고 난 뒤 윗면만 베개가 보일 정도로 밖으로 접어준다. 그러면 침대 정리는 끝난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렸는데 요새는 슉슉 촥 촥 촵 챳 하면 끝난다고 할 정도로 빨리할 수 있게 되었다.
물 마시기
어렸을때는 물을 상당히 많이 마시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물을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다. 목이 마른다는 느낌이 들 때에만 최소한의 양만 섭취해온 것 같다. 왜 그렇게 바뀐 것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 우선 환경 문제를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화장실이 정말 비위생적이다.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리뷰에서 한국의 깨끗한 화장실이 인상깊었다는 내용이 괜히 언급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화장실에 자주 가고 싶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밖에서는 화장실에 가지 않게 물을 마시는 것을 자제하게 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업무 환경이다. 사회초년생일 때 처음 일하게 된 직장이 한국에 있었는데 하필 굉장히 일이 많고, 바쁘고,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곳에서 근무했다. 지금 같으면 화장실 가고 싶으면 그냥 가버리지만 어렸을 때는 ‘한국의 회사는 선임이나 상사와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 할 수 없으며 수직적인 관계만 존재하는 곳’, ’눈치 빠르게 처신을 잘 하지 않으면 미운털이 박힐 것이다’하는 인식이 있어서 화장실 가고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중간마다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고객에게 붙잡혀 화장실 가지 못하는 선임을 앞에 두고 내가 화장실에 가는 것이 눈치 없어 보일까 봐 참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이것도 물을 잘 마시지 않게 된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물을 적정량 섭취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면서 이래저래 물을 최소한의 양만큼만 마셔왔는데 올해 산책을 시작한 후로 걸으니 목이 너무 말라서 산책 중에 물을 찾아 마시게 된 것을 계기로 매일 아침 일어나서 물 한 컵을 마시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요새는 이불 정리가 끝나면 거실에 나와 바로 하는 일이 물 마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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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쓰기
원래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가계부를 쓸 때 일기 혹은 메모의 형식으로 자기 전에 썼었다. 어렸을 때부터 일기는 자기 전에 쓰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박혀서인지 별다른 생각이나 이유 없이 밤에 쓰다가 언젠가 한 번 너무 피곤해서 며칠 못쓴 것을 오전에 몰아 쓰게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난지 얼마 안됐을 때 써보니 피곤하지 않아서 그런가 되려 집중도 잘 되고 막힘없이 써지는 느낌이 들어서 쓰는 시간을 밤에서 아침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초반에 작성했던 노트를 보면 대체로 오늘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기록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세운 계획을 지키려고 책보기 산책 명상 그리고 여러 사소한 것들을 새로 시도해보면서 매일 새롭게 느끼거나 배운 점이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한 기록 형식이 아닌 다양한 내용을 적게 되었다. 그런데 월말에 문득 웹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도통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떠올라서 저널을 종이가 아닌 내 웹에 업로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손으로 종이에 적는 것이 아니라 타이핑을 해서 업로드 하는 것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우선 장점은 타이핑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연습을 통해 독수리 타법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열 손가락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느렸는데―지금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느리다고 느끼긴 하지만― 저널을 타자로 입력하고 난 뒤로 타이핑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만들어 놓은 웹사이트를 활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도 두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우선 나만 볼 수 있는 노트가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용이 장황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깨달으면 다 지워버리고 다시 쓰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볼 것이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단점은 저널을 두 번 나눠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 하루의 계획, 내가 되고 싶은 나, 감사노트, 반성노트, 일상에서 떠오른 아이디어, 내가 느끼는 기분, 내가 뭘 했는지 기록하는 것 등은 웹사이트 저널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따로 적고 있는데, 일을 두 번에 나눠서 하자니 조금은 번거롭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형식이나 작성 방법을 떠나 단순히 저널을 쓰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 보자면 저널을 쓴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나중에 쉽게 기억을 되짚을 수 있는데 도움을 주며, 더 나아가 자기 계발에도 도움이 되는 행위라고 생각된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러 가기 전 오늘의 계획/ 목표란을 리뷰 할 때, 그날 지킨 것이 많거나 혹은 다 지킨 날은 생각보다 큰 성취감에 빠져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어떤 날은 예전에 썼던 노트를 다시 보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어떤날 어떤 반성을 했는지 리마인드되기도하고 잘 고쳐지고 있는지 follow up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느낀다.
명상과 플랭크 그리고 침대 정리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 물을 마시면서 저널을 작성하고 나면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이 거의 다 끝나간다.
책보기
아침 루틴의 마지막은 책보기이다. 대체로 나의 근무 시간은 매일 드라마틱하게 달라서 출근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보는 것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책을 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아침에 책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하는 날 쉬는 시간은 항상 있고 잠들기 전에도 조금은 시간이 있으니 더 보고 싶으면 더 보긴 하지만 아침에 보는 책은 왜인지 더 재미 지다. 마치 학생 때 시험 전에는 방 청소도 재밌게 느껴지는 것처럼 출근 전에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재미도 쏠쏠한 것 같다. 그래도 1월 초에 주문한 책을 아직도 절반 정도밖에 읽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더 많이 읽으려고 하고 있다. 책을 보다 보면 출근 시간이 찾아온다. 그러면 출근 준비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의 아침 일과는 마무리된다. 글로 적다 보니 길어졌지만 저널 쓰기 외에 나머지 것들은 빠르게 끝난다. 하지만 확실히 모두 다 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휴일/ 여가
일과를 일찍 마치고 시간에 여유가 있는 날이나 휴일에는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있다. 1월 초에는 호스팅 업체에서 서비스를 구매해서 가지고 있던 도메인과 링크시키고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아직 허허벌판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시간이 나면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다. 웹 사이트를 만들기로 하면서 HTML과 CSS 그리고 PHP와 JavaScript에 빠져서 강의를 찾아 듣고 실습을 해봤다. 그리고 한동안 계속 타이핑을 연습했다. 처음에 열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하려니 wpm이 한자리 혹은 10대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평균적으로 30대 후반은 나오고, 테스트 버전으로 집중해서 하면 50대까지도 나온다. 또 1월 중에는 자격증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 혹은 전화 상담을 통해서 다닐 학교를 고르고, 등록도 마쳤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배우고 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하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산책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던 원인은 아침 루틴을 정하고 지키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침 루틴이 없을 때와 비교해서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올랐으며, 하루 안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것만으로도 아침루틴을 짜고 지키는것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