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신용카드

 

신용카드

어제 출근 전에 잠시 은행에 들렀다. 신용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드도 ‘식당에서 사용 시 포인트 2배, 그 외의 구매에 대해 $1당 1포인트 적립 (10,000포인트는 $100의 현금 가치를 가짐)’으로 혜택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학생 때 만들었던 카드라 한도가 $1,000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한도가 $1,000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는 있다고 느껴왔다. 그런데 최근에 학교에 등록하게 되면서 학비를 내야 했었다. 그리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받는 캐시백 혜택은 너무나도 달콤해 보여서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지만, 한도 때문에 몇 번에 걸쳐서 결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주에 한도를 늘리려고 은행에 들렀었다. 하지만 은행원님께서는 ‘내가 현재 사용 중인 카드의 한도를 늘리려고 요청을 해도, 새로운 카드를 신청하는 대에도 신용 조회가 들어가기 때문에 신용 점수에 타격이 있을 것인데 내가 현재 총 소지하고 있는 신용 카드의 개수가 하나밖에 없어서 추가로 하나 더 만드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한 상황인 데다가 최근 신규 가입자를 위한 이벤트로 $200의 보상을 주며, 상당히 혜택이 좋은 카드가 있으니 새로 만드는 것은 어떤가’ 하는 제안을 해주셨다. 비판적 사고 위주의 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도저히 은행원님의 조언에 따라 그 자리에서 바로 새로운 카드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용 카드를 새로 만들 예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신용 카드 종류’, ‘신용 카드 혜택’, ‘2021/ 2022 최고의 신용카드’, ‘신용 카드 추천’,’연회비가 있는 카드와 없는 카드의 차이’, ‘나에게 맞는 신용 카드 고르기’ 등의 검색어로 궁금한 점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며 신규 가입자를 위한 보상이 크며, 적립금 혹은 캐시백의 혜택이 크고 연회비가 적거나 없는 카드 위주로 비교 하며 선택지를 좁혀 나갔다. 신기하게도 은행원님께서 그날 추천해주신 카드가 나를 기준으로 가장 조건이 좋은 것이 검색을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에 해당 카드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 다시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 신용 카드의 차이: 할인 vs 적립/ 캐시백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한국에는 할인 혜택이 있는 신용 카드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택시/KTX: 10% 할인, 공과금(전기/가스/통신): 10% 할인 편의점/병원/약국/세탁비: 10% 할인, 마트/주유: 10% 등의 혜택을 가진 카드들이 그러한 경우였다. 물론 적립 혜택이 있는 카드도 있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카드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신용 카드 중에서도 직접적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한국의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직접적인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할인보다는 포인트 또는 항공편 마일리지 적립 혹은 캐시백의 형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매할 때마다 1달러당 1.5배의 마일이 자동으로 적립, 주유 및 식료품 구매 시 3X 포인트 적립 및 기타 모든 구매 시 1.5X 포인트 적립, 분기별로 최대 $1,000의 결재에 한해 주유소 및 레스토랑에서 2% 캐시백 (이후 무제한 1%), 주유 5X 포인트, 마트 3X 포인트 그리고 기타 모든 구매 1X 포인트 적립과 같은 형태의 보상을 제공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새로 카드를 만들고 첫 몇 달 안에 각 카드 회사가 정해 놓은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현금 가치 $n 상당의 포인트 혹은 현금을 보상해 주는 신규 회원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카드도 많다.

카드 발급

카드를 만드는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것은 상황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주 은행이 씨티은행이었고, 새로 만들려는 카드도 씨티은행의 상품이었다. 또한, 이미 3년 이상 사용 중인 씨티은행의 신용 카드가 있었으며 그간 카드 대금 연체가 한 번도 없었고, 신용 점수도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신청 전에 이미 선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확인된 상황이었다. 신청하자마자 바로 카드 발급이 허가되었고 7~10영업일 이내에 우편으로 카드를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나의 신용 점수 및 신청한 카드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받는 것으로 카드를 만드는 절차는 마무리되었다.

한국의 경우 신용 카드를 신청하게 되면 심사 이후 심사 확정 및 인쇄에 1일 그리고 신청 방식에 따라 배송에 1~5일가량 소모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배송은 뭐든 느리다. 7~10영업일이라는 것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날짜인데, 1월 31일 월요일에 신청하고 심사가 끝났으니 빨라야 2월 9일, 늦으면 2월 14일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생각하고 있으면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이럴 때마다 한국의 빠른 배송 시스템이 그리워진다. 한국의 빠른 배송은 시스템과 국토의 면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겠으나 배송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므로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한국 은행과 미국 은행의 차이: 대기 시간

한국의 은행에 들어서면 기계의 터치스크린에 보이는 몇 가지 선택지 중 내가 방문한 목적에 상응하는 문항을 고른 뒤 프린트된 번호표를 받아서 나의 번호가 불릴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은행에 방문한 것이 10년도 더 되었는데 요즘엔 예상 대기 시간도 보여준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은행에 들어가면 안내 업무를 맡고 계시는 분이 계셔서, 방문 목적을 파악한 뒤 은행원과 만나서 처리 해야 할 일(신규 계좌 개설 등)이면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안내해 주시고, 그 외의 출/입금 및 간단한 서류 발급은 창구로 안내해 주어 창구의 직원분께서 처리해 주시게 된다. 신규 계좌 개설 등의 목적으로 은행원과 직접 만나야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인데 바쁜 지점에 한참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방문한다면 대기 시간만 1시간 이상도 쉽게 걸린다.  대신 은행원과 개인적인 만남을 갖게 되면 업무가 끝난 후에 명함을 요구할 수도 있고, 은행원에 따라 직통 연락처를 주는 예도 있으며, 따라서 간단한 질문이나 요청이 있을 때 연락을 하면 은행원이 나의 상황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어서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어느 지점의 어떤 은행원을 찾아가도 일괄적으로 일 처리가 빠르고 친절하게 도움을 주시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서 이것이 한국의 은행 시스템과 비교하자면 큰 장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진 않는다.  내가 아직 최악의 경험을 해 보지 못해서인지 업무의 정확도에 대해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속도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이 한참 우위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래서 이번에 발급 받은 카드는 어떤 카드야?

이번에 내가 새로 발급받은 카드는 Citi Custom Cash℠이다. 각 청구 주기마다 식당, 주유소, 마트, 여행, 대중교통, 스트리밍 서비스, 약국, 홈 인테리어 상점, 피트니스 클럽 및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중 가장 지출이 많은 카테고리를 은행에서 자동으로 선정하여 선정된 카테고리에  속하는 최초 $500의 지출에 대해 $1당 5포인트를 적립해 주고(최대 $25), $500 지출 이후로는 $1 를 지출할 때마다 1포인트씩 제한 없이 적립해 준다. 카드를 발급받은 후 첫 3개월 이내에 $1000을 사용하면 $200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첫 15개월 동안 구매 및 잔액 이체 (대금 이월)에 대해 0%의 연이율이 발생하며 15개월 후에는 신용도에 따라 13.99%에서 23.99%가 된다. 연회비는 없다. 적립된 포인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최소 결제 금액을 제외한 신용 카드 대금을 내는 대 사용할 수도 있고(명세서 크레딧- statement credit),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여행 경비 지출 시에 사용할 수도 있으며, 대출금 상환, 기프트 카드(상품권) 구매 등에도 사용 할 수 있다. 물론 포인트를 사용하려고 하는 업체가 카드 발급사와 제휴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계좌 이체로 현금처럼 입금받을 수 있는 것과 아마존에서 온라인 쇼핑 시, 그리고 PAYPAL을 통한 결제 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하다고 느껴져서 크게 제약에 불편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 포인트를 현금처럼  받는 방식으로는 계좌 입금 그리고 수표가 있다. 포인트에 상응하는 금액을 우편을 통해 수표로 받을 수도, 계좌에 이체받을 수도 있다. 명세서 크레딧이란 신용 카드 발급사가 회원의 계정에 적립해 주는 금액으로, 카드 잔액 (대금)에서 차감될 수 있지만, 최소 결제 금액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최소 결제 금액에 대해 검색을 해 보니 한국에서는 ‘리볼빙’이라고 불리는 서비스가 있으며,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하여 최소 결제 비율을 설정하면 해당 금액만큼만 갚으면 되고, 대신 남은 대금이 이월되지만,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한다. 한국은 따로 신청해야 하는 서비스이지만 내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를 포함하여 알고 있는 신용 카드의 경우 따로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도 그러한 방식으로 대금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신기하다고 느꼈다. 이 카드의 장점으로는 연회비가 없으며 신용 카드 중에서도 캐시백이 가장 유연한 카드 중 하나이다. 또한 15개월 동안 이자가 없고, 첫 3개월 이내에 $1000을 사용하면 $200의 보너스를 지급해 주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1인당 한 장 밖에 발급받을 수 없으며 보너스는 한 번만 지급된다). 단점으로는 15개월이 지난 후에는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13.99%에서 23.99%의 가변 APR(연이율)이 붙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워드 신용 카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15.99% – 23.99%, 13.99% – 23.99%, 14.99% – 23.74%의 연이율이 발생하므로 다른 카드에 비해 연이율이 높은 편도 아니다. 게다가 이월되는 대금이 없으면 이율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청구 주기에 맞춰서 전부 갚아 버리는 나에게는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검색해 보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용 카드는 이제는 더는 발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이율이 14.24%-24.24%이다. 오히려 새로 발급받는 카드 연이율이 약간이지만 낮은 편.

이 카드가 정말 베스트인가

개인의 소비 습관 (어디에, 얼마나 지출하는지 등)에 따라 맞는 카드가 다 다를 것이다. 이번에 나에게 맞는 신용카드를 찾기 위해 수많은 카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비교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흥미로운 혜택이 포함된 카드도 몇몇 있었고, 내가 새로 발급받은 카드에 비해 사용자의 평점이나 리뷰가 좋은 카드, 그리고 사용 인구가 월등히 많은 카드도 있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카드의 특성과 장점이 나에게는 가장 혜택을 많이 챙길 수 있는 조건들이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카드 선택에 전혀 불만은 없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카드로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예를 들자면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또 실제로 많이 다니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았을 때 이 카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카드로 느껴질 것이다. 시장에는 사용 금액 $1당 1.5배의 마일씩 적립해 주는 카드라든지 공항의 VIP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카드, 혹은 항공권의 구매 비용의 5배의 포인트를 적립해 주면서 연간 최대 $200의 가치를 가진 우버(택시)비, 수화물 요금, 차 대여비 등의 각종 여행 경비를 적립된 포인트만으로 결제하게 해 주는 카드들도 있다. 그럼 당연히 이러한 카드들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또한, 신규 가입자 이벤트 보상 내용도 그렇다. 나는 한 달에 $490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기 때문에 3달에 $1,000를 사용하면 $200를 주는 이벤트의 내용이 솔깃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어떤 카드는 발급 후 첫 6개월 동안 $6,000를 사용하면 $1000의 보너스를 준다. $1,000의 보상이 엄청나게 큰 액수로 느껴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보상을 받기 위해 첫 6개월 동안 $6,000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의미인데, 나는 그런 지출 계획이 없어서 나에게는 그러한 카드들이 맞지 않다고 느꼈다. 종합적으로 현재 나의 소비 습관과 패턴으로 미루어 봤을 때 이 카드가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되어 지금의 나에게는 베스트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최근 신용카드를 새로 신청하면서 경험한 일들, 검색으로 알아낸 정보들 그리고 내가 느낀 점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 보았다.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카드들이 존재했으며 각 카드별로 혜택이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지 알게 되었다. 또한, 좋은 신용카드, 나에게 잘 맞는 신용카드란 어떤 카드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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